반전
새옹지마
고진감래..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라며 일희일비하지 않게 해주던 말들.
그런데 이런 반전을 끊임없이 겪다보면,
고난에 꿋꿋해지는 게 아니라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늘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사막같은 휴스턴에 북극 한파가 잠시 다녀갔다.
정전과 단수로 동네전체가 암흑같은데, 불켜진 집안에서 따듯한 벽난로에 발을 대고 누워있으니 처음엔 얼마나 감사하고 미안하던지.
그렇게 3일 째 되던 날, 이런 행운이 거저 올리가 없는데..하는 불안함 마음이 올라올 즈음에 파이프가 터졌다.
작은 냉소가 먼저 입에서 터져나왔다.
같은 시각 천장이 내려앉은 앞집을 보며, 바로 메인 밸브를 잠가 피해가 적어서 다행이었고,
구하기 힘든 플러머가 늦은 시각에라도 와서 싸게 고쳐줘서 고마웠지만, 그 때문에 2차로 파이프가 터졌고,
데미지가 커서 멘붕이 왔지만 오히려 디덕터블을 다 커버할 만큼이어서 보험회사에 클레임할 수 있게 되어 잘됐다 했다.
이틀이 지나자 그 컨트랙터가 사기꾼이라는 지인의 경고를 듣게 되고
소개받은 정직한 인테리어 업자가 견적을 다시 내더니 충분히 보상받기는 애매한 피해라고 했다..
사기꾼 업자가 마구잡이로 뜯어놓은 벽과 천장은 보상액을 얼마를 받을 지에 따라 속터지는 일이 되거나 오히려 잘 된 일이 되겠지.
자꾸 예상을 뒤집는 결과는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지금의 최선이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지 확신을 못하게 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지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낙관론자만이 돈을 버는 곳이라 한다.
나는 주식은 잘 못하지만 삶에서 만큼은 낙관론자로써 열심히 살았다.
지금 내 인생은 그런 반전의 어디쯤에 와 있나...
반전은 얼마나 더 거듭될 것이며 그 마지막은 어떻게 매듭지어질까.
주식처럼 제로썸 게임이면 어떡하지?
비관론으로 기우는 마음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