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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compassion

callisto97 2018. 9. 8. 07:34

 "내일이라도 사람을 빨리 보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전화줄게요"

상대방의 호의를 듣는 순간, 억지로 하느라 어눌하던 내 영어가 갑자기 빨라지며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결국 취소되어버린 약속.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라는 무심한 목소리들.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기를 몇달을 기다렸는데, 사자마자 다시 힘을 잃고 저점까지 15%나 폭락한 주식.

결과를 몇 주나 기다려야 알려주겠다는 회사.


 갑자기 왜 나만 이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나..하고 자괴감에 빠지려는 순간.

랩탑을 켜고 첫번째 읽은 기사는 self-compassion 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 자기연민에 빠지기에는 내가 너무 포시라운 삶을 살고 있지.

나 정도면 시련이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시간들은 보낸 것인데.., 나만 겪는 것도 아닌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안그래?


 마리오가 내일이라도 사람을 보내준다면 200불쯤 지불하고 돌려보내야겠다.

내게 친절을 베푼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그날의 사기꾼들처럼 표리부동한 얼굴로 단지 돈 때문에 베푼 친절함일 수 있겠으나

그것은 이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마음의 위안을 받으면 된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다. 상대의 마음이 내게 닿거나 내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언제나 그것은 타인의 생각과 상황과 이유로 왜곡될 뿐이어서,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마음이 흘러 가서 상대를 해치지를 않기를, 너무 곡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뿐.

어느 한 밤에 사기를 쳐서 20만원을 얻어갔던 불쌍한 두 남자들을 보며

' 내 슬픔을 가져가려는 것일까? ..'라며 순순히 돈을 찾아 떠넘기듯 보내버린 그 밤처럼.

나는 손해볼 수도 있을지 알면서 한번 더 속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