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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callisto97 2019. 6. 3. 02:01

 채민이가 떠난 다음날,

뒷마당에는 예쁜 나비가 한참이나 놀다 갔다.

언니랑 나는 채민이가 우리를 보러 온 것만 같아서 근처에서 눈도 못떼고 울었었더랬다.


 채민이가 놀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뭔가 힘을 쓰고 몰두할 것이 필요해서.

그렇게 뒷마당에 꽃을 얼마나 갖다 심었는지 모르겠다.

몇 년 동안 단 한번도 비싼 국화 화분을 살려본적이 없었는데, 채민이가 떠난 가을에 산 작은 노란 국화는 추운 겨울도 살아남고 잎도 무성하게 번지더니

작년에 새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었다.

종교도 영혼도 믿지 않지만, 채민이가 자기를 잊지 말란 듯이 하얗게 피워올린 국화는 나를 얼마나 울게 했는지 모른다.


 올해는 그 국화를 꺽꽂이 해서 한아름되는 국화 화분이 4개가 되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노란 빛을 띤다.

심지도 않은 청초한 난 까지 굵은 보랏빛 꽃볼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이쁜데...올해는 나비가 오지 않는다.

더 좋은 곳에서 쉬고 있겠지.

아니면 너무 착했던 채민이였으니 반드시 어딘가에, 이번엔 건강하게 태어났겠지.

그래서 안 오는 거겠지.

이모가 딱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구나..사랑해..우리 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