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같이 지워져 버린 시간

callisto97 2018. 1. 6. 02:32

 수진씨네 한번도 안 불렀다 그치? 한번 불러서 저녁 먹어야겠어

 이 시계는 언제 산거야? 딴여자가 사준 거 아냐? ㅋ


거짓말처럼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채민이의 죽음을 잊으려는 무의식의 발버둥이 상관도 없는 사소한 기억들도 모조리 지워버렸나. 이런적은 살면서 한번도 없었는데.

곰곰히 생각하니 수영장을 등지고 웃던 세라아빠와 연홍씨의 웃음이 딱 한 장면 떠올랐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아마 영영 기억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일시적이길 바라지만, 어쩌면 복구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화때문일 수도, 아니면 몇번의 전신 마취의 후유증일 수도, 우울증을 앓았던 영향일지도.


좋은 머리로, 그래도 노력에 비해 많은 걸 얻어서 감사했는데

자만한 적도 있고, 미련해 보이는 사람들을 이해못한 적도 있고.

채민이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영영 이럴거라는 가정을 하니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슬픔, 두려움, 오기, 미안함, 초라함...


인생이 이렇게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마흔 고개를 넘어갈 뿐인데...아직 피어있는 것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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