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의 이성이란 육체의 놀음 앞에선 나약하기 그지없다.
단지 일조량이 줄어서 세로토닌이 줄어들고 그래서 우울증이 오는 것처럼.
2. 엄마는 우리의 생일이 되면 새벽부터 일어나 옛스럽고 정갈한 생일상을 차려 하루 종일 방 한켠에 두었었다.
아빠 밥그릇에 고봉으로 담은 팥찰밥, 미역국, 큰 조기, 삼색나물, 그리고 맑은 물 한 사발.
그러고는 그 상 앞에서 두 손모아 삼신할매에게 간절히 비는 것이 있었는데,
부디 복 많고, 명 길고, 하는 일마다 재수 있게 해주세.. 였다.
나는 그것이 우습기도 하고 미개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정성에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이 감돌았었다.
살아보니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저 3가지인 것 같다. 전능한 누군가에게 내가 빌 수 있는 최대치인 것이다.
얼마전 빅보스와 불륜 관계에 있는 여자의 질투와 이간질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니 어찌나 속상하고 안쓰러운지.
살면서 억울한 일 당하는 것 만큼 사람 명을 줄이는 일이 있던가 싶다.
권선징악적 결말을 계속 상상하며 빨리 이 일이 해결되기를 바라다보니 어느 새 입에서 '우리 남편 재수 있게 해주세'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제부터 가족의 생일에는 나도 저 말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