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한참 주식으로 유명해져서 강연을 다닐 때도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장애 아들과 부인을 버리고 외도로 재혼했다는 가십이 휩쓴 후에는 완전히 아웃된..
유튭에 한창 허리 운동에 관한 알고리즘만 뜨던 때에 뜬금없이 그의 100만뷰 강의가 며칠을 상위에 걸렸다.
호기심에 처음 요약본 20분짜리를 듣고, 좀 더 긴 버전을 보고 한 시간이 넘는 풀버젼까지 보고 나서
그러니까..그게 작년 11월이던가 그랬으니 석달 가까이 그 강의의 충격이 남아 있다.
1990년대 말 W 의 등장에 확신을 가지고 강연을 한 지성과, W 강연을 소개한 인맥, 그리고 모두가 비웃었던 W의 시대를 알아챈 사람.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을 재평가한 것 이후로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W에 대한 스토리.
이제 40중반에 딱 걸쳐 있으면서 비로소 내가 얼마나 좁은 식견과 안전위주로 세상을 뒤쫒아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시야를 멀리 보고, 배포를 크게 먹자고 석 달간 나를 채근하고 나니 그냥 마음이 탁 풀어지는 순간이 왔다.
신경을 긁는 사람들에 열받아 앓는 것이 진절머리 나면서도 당췌 헤어날 구멍을 못 찾았었는데..
조금씩 내 안중에서 밀어버렸다. 딱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게 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이제 과거의 글들을 찾아보고 있다.
시장을 전망했던 고수들의 확신에 찬 추천과 투자성과들, 정치와 문화를 해석하고자 했던 지성들의 예언들.
동굴에 숨어서 나약하게 숨을 고르면서.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음에 얕은 안도를 하면서 발을 디뎌보자고 독려를 해본다.
2024를 과거의 문을 닫고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고통스러웠던 동굴 속 2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기를 바래본다.
원망과 분노가 내 눈을 가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