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예능을 들으며 팬트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딸 둘을 키운다는 소리에 얼핏 눈을 돌려보니, 내가 살던 가뉴 아파트 같은 익숙한 캐비넷과 백색 가전들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반가운 마음이 스쳐지나가고 다시는 그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 생각하며 다시 눈을 돌려 일에 열중했다.
그렇게 한참을 듣고 있으려니 그들의 러브스토리가 나온다.
눈물이 날 뻔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저 곳의 생활도 축복이겠구나.
우리 이쁜 아가들과 나의 신혼이 오롯이 담긴 캐나다는 내겐 그리움보단 슬픈 기억으로 남았는데..
부럽기도 하고, 대견해보이기도 하고.
매일 경제 서적과 주식 게시판과 그래프와 씨름하는 내가 과연 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순간 되돌아보기도 했다.
남을 위해 사는 삶.
젊을 땐 오히려 그게 인생 마지막 목표였었는데, 이젠 그런 의식도 희미해지고 있다.
빈부격차가 가장 극심하고 가장 물질적인 나라에 적을 두고 있다 보니, 아무리 마음을 순화시키려해도 내 자식의 미래, 내 노후 걱정만 늘어간다.
어쩌면 이 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개인의 힘으로 이타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 늙으면 내 몸 하나 누일 따듯한 방과 끼니 채워줄 작은 땅 한조각이면 충분할텐데..